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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남아메리카에서 집단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인민사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근거로 활동하던 사교 집단이자 사이비 집단이었다. 그곳의 목스 짐 존스는 1977년 신도들을 데리고 돌연 인민사원의 본거지를 남아메리카 카이아나의 한 밀림으로 이동시켰다. 세상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격리된 곳이었다.


그러다가 1978년 11월 18일, 인민사원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가이아나를 방문한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레오 라이언과 보좌관 세 명, 그리고 사교집단을 탈출하려던 신도 한 명이 비행기로 존스타운을 떠나려다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짐 존스 목사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살인을 저질렀으니 체포 당해 조사를 받고 결국 인민사원이 붕괴될 거라는 두려움 말이다.


이에 목사는 인민사원을 본인의 손으로 끝장 내기로 한다.


900명이 넘는 신도를 전부 모아놓고 집단 자살을 명령한 것이다. "앞에 있는 독약을 한 모금씩 마시세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대부분이 황당해 할 것이다. 아무리 광적인 사이비 집단의 성도들이라도 900명 전부가 순순히 독약을 들이키는 게 말이 되겠어?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집단자살의 역사는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젊은 아기 엄마가 딸기 맛이 나는 독약이 담긴 통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오더니 아기에게 한 모금을 먹이고 자신도 한 모금 마셨다.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4분 정도 경련을 일으키다 사망했다.


뒤이어 사람들이 차례차례 앞으로 나와 독약을 받아 마셨다. 물론 독약 먹기를 거부하거나 그 자리에서 탈출한 성도들도 있다고 전해지지만 증언에 따르면 910명 대다수가 질서정연하게 앞으로 나와 자발적으로 그 독약을 마셨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까? 짐 목사의 카리스마가 뛰어났던 걸까? 그래서 성도들이 그 사이비 집단에 몸과 마음이 단단히 사로잡혀 있었던 걸까?


물론 설득력이 아예 없는 주장은 아니다.


한 가지 의문점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추종하며 살아가는 사교 집단은 전 세계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민사원 사례처럼 집단자살 혹은 그 비슷한 일조차도 일어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민사원만의 뭔가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신경정신과 학과장 루이스 박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집단자살이 일어나기 전 8년 동안 인민사원을 연구한 사교 집단 전문가였다.


"인민사원이 캘리포니아에 있었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적대적인 나라의 밀림 한복판에서 외부 세계와 철저히 격리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성도들이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었었다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는 인민사원이 유일한 그들의 사회였다는 것. 이게 그들이 집단자살 명령에도 순응할 정도로 맹목적인 복종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책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는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침 삼아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바에서 반짝이는 유리병에 담긴 양주를 들이키던 사람들이 끈적이고 사방에서 낯선 벌레들, 동물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가이아나 밀림 속에서 살게 되었다. '불확실하다'라는 표현과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런 곳에서 의지할 거라고는 지도 목사와 옆에 성도들뿐이다. 그런데 그런 성도들이 목사의 지시에 따라 앞에 나와 하나 둘 독약을 마신다. 그러면 다른 성도들도 따라 한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성도들이 독약을 마셨던 것이다.


사회적 증거 원칙의 강력함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보여드렸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 이외에도 사회적증거의 원칙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중에 하나는 리뷰의 개수이다. 좋은 리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제품을 신뢰하고 망설임 없이 구매를 한다. 하지만 리뷰가 좋긴 해도 개수가 많지 않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법칙은 마케팅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한 예로 미국 아칸소 주에서 기독교 서적을 팔던 대학 강사가 있었는데, 그는 한 마디의 말을 추가하면서부터 방문 판매 수익률이 60퍼센트 이상 올랐다고 한다. 그건 바로 다음과 같았다.


"옆집의 OO씨도 아이들한테 성경이야기 한 세트를 들여놓으셨습니다."


이 한 마디가 판매량에 그런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 '비슷한 사람이 제공하는 사회적 증거'라는 이유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결정에 동조하는 것. 굉장히 편리한 방법이다. 결정에 필요한 정신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또 많은 경우에 실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민사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 증거에만 의지를 하면 정말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눈이 내리는 길 거리에 노숙자가 내팽겨쳐져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은 한 번 눈길을 주고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자기 갈 길 가기 바쁘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본인 갈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그 분위기를 깨고 그 노숙자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볼 것인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회에 속해 있을 때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그리고 사회적 증거의 원칙은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꼭 필요한 본능이다. 하지만 그 본능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자기 스스로 생각을 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 노숙자를 무시하고 지나갈 때도 당신만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도움을 건넬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면


당신이 첫 사회적 증거를 제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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